세계 인권의 날, 지소행이 자원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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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말할 수 없는 사람들

2024년 봄, 한겨레 최우리 기자의 에세이 『지구를 쓰다가』를 읽다가 마음에 오래 남은 대목이 있었다. 폭염 속 쪽방촌 주민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는데, 기후위기로 점점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낮다는 이야기였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주체는 주로 중류층이며, 취약계층은 하루하루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환경 관련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기후취약계층의 ‘당사자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 내용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서울역 쪽방촌의 거주하는 주민들의 일 년 평균 탄소배출량은 대한민국 국인 1인 가구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건 정말 불공평하다.



몸으로 겪어본 폭염의 여름

이후 조효제 교수님 책을 접하며 환경 문제와 인권 문제가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침 직장이 서울역 인근이었던 나는 매일같이 홈리스를 마주하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감히 이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그 조건에 가까운 상태를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나마 이들의 입장이 되어 느껴보고 싶어 올해 여름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기로 선언했다. 첨언하자면, 2024년 여름은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30.4도로 당시 대한민국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6평 남짓한 원룸으로, 구조상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 실내 온도는 기본적으로 30도를 찍었고, 습도가 높아 아무리 씻고 나와도 금세 땀이 나고 끈적해졌다.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옷도 이불도 걸치지 않아도 끈적한 공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가만히 있으면 안 덥다’는 옛말에 기대어 7월은 겨우 지낼 수 있었지만, 8월이 되자 집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 시작됐고 자연스럽게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서 어떻게 에어컨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냐, 사실 청소를 하지 않아서 강제로 틀지 못했다. 에어컨 청소 비용과, 며칠만 참으면 9월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설득하고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8월에 접어들며 결국 참지 못하고 친구 집을 오가며 생활했고, 그렇게 나의 체험은 끝이 났다.


그러나 그 이후에 더 크게 다가온 것은 더위로 인한 육체적 피로보다, 습기로 인해 방 곳곳에 번진 곰팡이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집의 변화는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폭염이 주거 환경을 얼마나 빠르게 훼손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기후재난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권침해다

6평 원룸에서 고작 한달 반 에어컨을 켜지 않았을 뿐인 나의 생활이 이 정도라면, 쪽방촌 주민들의 생활은 어떠할까. 이들은 적절한 지원 없이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매년 기후위기가 심화되며 봄과 여름에는 산불과 폭염, 폭우에, 겨울에는 한파로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너무 불공평하다.


인권학자 조효제 교수는 국제앰네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번개를 맞아 피해를 당하신 분들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사고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이 사고를 우리가 불공평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천재’인 거죠.

그런데 이 사고에 명백한 가해 책임자가 있거나, 사고 당시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나 조치가 미비한 상태였다고 한다면 우리는 분노하게 됩니다. 이 사고를 ‘인재’로 바라보고 책임자를 찾고 책임을 물게 하려고 하죠. 그 다음에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 또는 제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기후위기가 인권의 문제라는 것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도 이러한 구도에서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복을 잇는 자원순환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은 연탄 봉사를 계기로 시작한 환경단체다. 현장에서 기후취약계층의 삶을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이 모여, 종이팩 수거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자원순환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지소행은 모든 자원이 순환하는 사회를 목표로, 재활용률이 현저히 낮은 종이팩과 커피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평균 19%에 불과하며, 커피박은 매년 약 32만 톤 이상 발생하지만 대부분 매립·소각 되고 있다. 재활용 체계가 잘 갖춰진다면, 매년 수천~수만 톤의 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종이팩은 좋은 휴지로 재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자원이다. 지소행은 수거한 종이팩을 재생휴지로 만들어 연탄사용가구 등 에너지취약계층에 전달하고 있다. 또한 직접 수거한 커피박을 연료화하여 커피박 펠릿과 난로 지원으로 새로운 자원순환 에너지복지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자원이 일회적으로 소비되지 않고 다시 사용되는 흐름을 만드는 일은, 반복되는 위기를 조금씩 줄이는 하나의 방식이다.


자원순환은 그저 환경 실천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의 회복이자, 기후 불평등과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과정이다.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우리가 다시 묻고 싶은 것은,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도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권리가 누구에게나 보장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소행이 자원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는 자연의 회복과 인간의 회복을 동시에 연결하기 위해서이다. 계절의 변화 앞에서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속에서도 삶을 계획할 수 있는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글: 경영지원팀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조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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